연산군은 왜 폭군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1

출생과 유년(세자) 시절
연산군은 1476년 11월 23일 성종의 첫째 아들이자 계비였던 폐비 윤 씨의 아들이었다. 부왕이었던 성종은 후궁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성종과 폐비 윤 씨의 사이는 원만하지 못했고, 윤 씨가 왕이었던 성종의 얼굴에 손톱으로 상처를 낸 것을 기회 삼아 다른 후궁과 중전 인수대비는 윤 씨를 후궁에서 폐비하고 출궁 하게 한다.
그럼에도 1483년 연산군은 성종 14년에 세자에 책봉되었다. 

연산군은 생모였던 폐비 윤 씨가 아닌 계모 정현왕후의 소생인 것처럼 성장했다. 성종은 허침, 서거정, 조지서, 정여창 등의 인물들에게 세자인 연산군을 가르치도록 하였다. 이들 중 허침은 연산군에게 너그러운 태도를 보인 반면, 조지서는 정해진 규율대로 가르치고자 하였다. 
일례로, 연산군은 유학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새로운 것을 원하고 배우고자 하였으나 그것은 유학자의 세상이 아닌 독립적 중앙집권 국가였다. 이런 연산군의 태도에 허침은 그의 말에 동조하면서도 정해진 것을 가르치고자 부드럽게 타이르는 반면, 조지서는 아버지인 성종에게 고하겠다고 하여 연산군과 말다툼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렇게 다른 두 스승을 둔 연산군은 벽에 허침은 성인, 조지서는 소인배라는 일종의 낙서를 하기도 하며 이후 연산군은 갑자사화에서 조지서를 처형한다.

 

연산군 즉위
아버지 성종이 승하하자 왕세자였던 연산군이 그를 뒤이어 즉위하게 된다. 
즉위 직후 연산군은 비융사라는 국군관청을 설립하여 병기를 제작하게 하고, 변경 지방으로 주민을 이주시키면서 녹도(현 충남 보령)를 침략하는 왜구를 격퇴하는 등 국력을 키우고 지키는 데 주력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빈민을 돕고, 역대 임금들의 모범 정치사례를 엮어낸 '국조보감' 등 여러 서적을 발간하며 국방도 튼튼히 하는 데 힘썼다.
사창(곡물 대여 기관), 상평창(물가 조절기관), 진제창을 설치하여 빈민의 어려움을 덜고, 사가독서(조선시대 문신들이 학문을 닦던 제도)를 부활시키며, '경상우도지도', '국조보감', '동국명가집'등을 간행, '역대제왕시문잡저', '속국조보감', '여지승람'을 완성하는 등 즉위 초 많은 업적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또한, 즉위 직후 전라남도 장흥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외할머니 와 외숙을 석방하기도 한다. 이듬해부터는 어머니였던 폐비 윤씨를 왕후로 복권시키고자 하였지만 사림에서는 '사후 백 년 간 폐비 윤 씨 문제는 논외에 부친다'는 선왕의 유언을 이유로 폐비의 복권을 반대하고 나섰는데, 이 문제로 감정이 안 좋아진 연산군은 사림의 제거를 추진한다.

즉위 이후 일어난 사건들
정치 개혁
즉위 초기 연산군은 왜인과 야인의 침략을 경계하여 평안도, 함경도의 병력을 강화하고, 왜구의 약탈에 대응하기 위하여 비변사의 전신인 비융사를 설치, 상설회의와 병기 개량 등을 추진하였다. 또한, 평안도, 함경도의 성곽 개보수와 변경, 사민의 이주 독려, 면세, 부역 면제 등 변방 이주를 장려하기도 하였다. 
세자 시절 스승이었던 정여창, 허침 등의 건의를 수용하여 경연에 자주 참여하며 선대 때부터 집필하기 시작했던 '국조보감', '여지승람'을 계속해서 편찬해 나갔다.

 

무오사화
연산군은 즉위 후 '성종실록'을 편찬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러던 중 사초(실록편찬의 자료) 중 김종직의 조의제문이 세조의 계유정난을 비난한 것이라는 이극돈, 유자광의 참소가 있었고, 이에 따라 김일손을 비롯한 많은 사림파를 잡아들여 국문하게 한다. 훈구파의 관료들은 이번 기회를 틈타 전왕에 들어 중앙정치에 진입한 사림파를 일망타진할 계획을 가지게 된다.
연산군은 이미 죽어 무덤에 묻힌 김종직의 관을 파헤쳐 시체의 목을 베는 부관참시 형을 집행하였다. 또한 김일손, 권오복, 권경유, 이목, 허반등은 선왕 무록의 죄를 씌워 처형하였고, 강 겸, 표연말, 홍한, 정여창, 강경서, 이수공, 정승조 등은 난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배를 보냈으며, 이종준, 최부, 이원, 이주, 김굉필, 박한주, 임희재, 강백진, 이계맹, 강혼, 남곤 등은 김종직의 제자로 붕당을 조직해 '조의제문' 삽입을  방조했다는 것을 이유로 역시 유배형에 처했다.
성희안, 유순정 역시 같은 죄를 물어 한직으로 좌천되는데 이들은 이를 계기로 연산군에게 앙심을 품고 박원종의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어세겸, 이극돈, 유순, 윤효손, 김전 등은 문제의 사초를 보고도 왕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죄로 파직되었다.
무오사화로 인하여 김종직, 김일손이 대표하던 영남 사림파는 순식간에 몰락하였고, 견제하던 세력이 사라진 연산군 조정은 다시 훈구파의 독차지가 되었다. 

 

생모 폐비 윤씨의 복권 시도와 좌절
연산군은 즉위 초부터 그의 생모 폐비의 복권을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성균관 사림파 인사들은 선대왕의 유언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의 태도를 곱게 볼 리 없는 연산군은 이들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했고, 이들 사이에 갈등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연산군은 사림파의 간언을 귀찮고 번거로운 것으로 여겨 경연과 사헌부 축소, 사간원, 홍문관, 예문관 등을 없애고 정언 등의 언관직도 없애거나 인원을 감축시켰다.
또한 여러 상소와 상언, 격고 등 여론에 관련된 제도들을 모두 대폭 축소 또는 폐지했으며, 성균관, 원각사 등을 주색장으로, 불교의 본산인 흥천사 등 한성부의 일부 사찰을 연회장, 마구간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이런 연산군의 행보에 기존 사림파의 대립 세력이었던 이극돈, 임사홍 등 훈구파 관료들은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세력 및 부의 확산에 이용하려 들기 시작했다.